이탈리아, 독일, 스페인. 이 세 나라는 축구 부문에서 대표하는 세계적인 강국들이다. 그런데 이 세 나라들의 또 다른 공통점이 있다. 바로 이 세 나라들은 골키퍼가 꾸준히 나온다는 것이다.
이탈리아는 지안루이지 부폰, 지안루이지 돈나룸마, 디노 조프. 독일은 마누엘 노이어, 올리버 칸, 제프 마이어. 스페인은 다비드 데 헤아, 이케르 카시야스, 산티아고 카니사레스. 그리고 이 때문에 이탈리아는 살바토레 시리구, 독일은 옌스 레만, 스페인은 페페 레이나와 빅토르 발데스가 빛을 못 바랬을 정도로 꾸준히 골키퍼들이 나왔다. 그리고 요즘 한 나라도 이러한 상황 이상이 나오고 있다. 바로 잉글랜드다.
잉글랜드는 옛날에 데이비드 시먼과 고든 뱅크스가 있었지만 이후 앞에 선수들과 견줄 수 있는 선수는 조 하트 정도였을 정도로 의외로 골키퍼 부문에서 다른 나라에 비해 약했다. 그런데 그것도 옛말이 되어 버렸다. 그렇다면 지금부터 나는 오늘 잉글랜드의 황금 골키퍼 라인들을 소개하겠다. 그것도 94년생부터 말이다.
조던 픽포드(1994년생)
소속팀 : 에버턴 FC
지금 국가대표팀의 주전 골키퍼인 조던 픽포드. 이 선수는 ‘죽어도 선덜랜드’라는 넷플릭스 다큐멘터리의 주인공 구단인 선덜랜드 AFC에서 유소년 시기를 보냈고 하부리그에서 착실히 임대 경험을 쌓으며 선덜랜드의 주전 골키퍼가 되려는 체계를 착실히 거쳤다. 그러다 2015-16시즌 중간에 아스날과의 FA컵 경기에서 선덜랜드 선수로서 데뷔를 했고 그 다음 시즌에는 아예 비토 마노네를 밀어내고 주전 골키퍼 자리를 차지했다.
그러나 이 시즌 선덜랜드는 최하위로 강등당했고 픽포드는 이후 시즌이 시작하기 전에 골키퍼 보강이 필요했던 에버턴 FC에 이적하며 리그 전 경기에 출장하는 등 첫 시즌부터 주전 자리를 차지했다. 그리고 시즌이 끝나고 그의 축구 인생에서 큰 사건이 되었을 2018 FIFA 월드컵. 당시 잉글랜드는 기존 주전 골키퍼였던 조 하트가 부진하자 골키퍼 경쟁 체제에 있는 상황이었고 픽포드는 이 경쟁에서 승리하며 이 대회에서 주전 골키퍼로서 기용되었다.
물론 이 대회에서 7경기 8실점을 하기는 했지만 그는 16강 콜롬비아전에서 잉글랜드의 사상 첫 월드컵 승부차기 승리를 이끎을 포함 대활약을 했고 이는 28년 만에 잉글랜드가 4강에 진출하는 성과를 달성하는데 큰 공헌을 했다. 그러나 이후 에버턴에서는 부진을 하기도 했지만 잉글랜드 국가대표팀에서는 여전히 주전 자리가 확고했고 2018 월드컵에서의 활약은 유로 2020에서도 이어졌다.
그는 유로 2020에서 전 경기에 출장했고 특히 4강에 오를 때까지는 전 경기 무실점을 펼치는 등의 대활약을 했다. 그리고 이는 잉글랜드의 유로 대회 사상 첫 결승이라는 성과를 이루어냈고 결승전에서도 이탈리아를 상대로 승부차기 2번 선방을 포함해 좋은 활약을 했으나 결국 패배를 막지 못했다. 그래도 그는 이렇게 잉글랜드의 국가대표팀 역사를 이끌며 이제는 부동의 주전 골키퍼로 발돋움했다.
그렇다면 그의 장점은 무엇일까? 골키퍼치고 185cm로 작은 키지만 이를 보완하는, 동물적인 반사 신경이 첫 번째이고 페널티킥 선방 능력도 수준급이라는 것이 두 번째이다. 특히 이 페널티킥 선방 능력은 2018 FIFA 월드컵과 유로 2020에서도 가감 없이 드러났고 이는 잉글랜드가 국제 대회에서 새로이 역사를 쓰는데 큰 일조를 했다. 게다가 왼발이 주발인 골키퍼인 만큼 희소성도 있어 매우 가치가 큰 골키퍼이다.
다만 실수가 있고 오락가락하는 기복이 있어 이 부분은 앞으로도 고쳐야 할 문제들이지만 내가 보기에는 중요한 국제대회일수록 좋은 활약을 하는 모습을 보아 중요한 경기일수록 좋은 집중도를 보이고 더 활약할 수 있는 선수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어쩌면 앞의 부분만 더 고친다면 앞으로도 국제 대회에서 더욱 좋은 활약을 할 선수라고 생각한다. 잉글랜드에 가장 필요했던, 이 골키퍼가 2006 FIFA 월드컵에 없었다는 점이 아쉬울 뿐이다.
딘 헨더슨(1997년생)
소속팀 :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맨유의 라이벌 구단 리버풀의 주장인 조던 헨더슨과 같은 성을 써 팬들도 가끔 혼동하는 딘 헨더슨은 무려 맨유가 2011년부터 공들여 키운 맨유 유스 출신 골키퍼이다. 물론 지금까지 세간에 주목 받았던 맨유 유스 출신 골키퍼들(예) 벤 포스터, 샘 존스턴, 톰 히튼)은 많았지만 이 선수가 특히 주목받는 이유는 따로 있다. 왜냐하면 현재(지금은 살짝 밀렸지만) 무려 맨유의 골문을 10년 동안 책임진 다비드 데 헤아와 주전 골키퍼 경쟁을 펼치고 있기 때문이다.
참고로 대한민국에서 개최된 2017 FIFA U-20 월드컵에서도 잉글랜드 국가대표팀으로서 참가한 적이 있는 그는 하부리그에서 임대 이적들을 하며 경험을 차근차근 쌓았다. 그런 와중에 그의 이름을 세간에 알린 경력이 있었다. 바로 셰필드 유나이티드에서의 경력이었다.
그는 2018-19시즌을 앞두고 2부 리그인 챔피언십의 셰필드 유나이티드에 이적했는데 이 시즌에 그는 챔피언십 전 경기에 출장하며 무려 21경기 클린시트를 달성했고 이는 셰필드 유나이티드가 2위를 차지해 프리미어리그에 승격하는데 큰 공헌을 했다. 그리고 그의 활약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한 시즌 더 셰필드 유나이티드에서 뛰게 된 그는 원 소속팀인 맨유전 2경기를 제외하고 전 경기에 출장해 13경기 클린시트를 달성했고 이는 셰필드 유나이티드가 프리미어리그 첫 시즌에 9위라는 놀라운 성적을 달성하도록 크게 공헌했다. 이에 원 소속팀인 맨유는 결국 시즌이 끝나자 헨더슨을 잔류시켰다.
처음에는 리그나 챔피언스리그는 데 헤아, 나머지 컵 대회나 데 헤아가 부상을 당했을 경우의 경기는 헨더슨을 기용하는 방식을 선택한 맨유였다. 그러나 데 헤아가 개인 사정으로 팀을 떠나있자 헨더슨이 5경기 동안 기용되었고 이 경기들에서 3승 2무 1실점을 기록하는 등 엄청난 퍼포먼스를 보여주었다. 특히 이 경기들 중에 라이벌인 맨체스터 시티를 만난 경기도 있었는데 이 경기에서는 무실점 경기를 펼치며 팀이 승리를 하는데 큰 공헌을 했다.
이후 리그에서는 헨더슨이 자주 나서며 좋은 모습을 보여주었고 주전 경쟁에서 우위도 점하며 유로 2020 잉글랜드 국가대표팀 명단에도 들며 승승장구했다. 아쉬운 점은 이후 부상을 당해 명단에서 하차했으며 시즌 개막 직전에 코로나 19에 감염되며 경기를 나서지 못했고 이 틈을 타 데 헤아가 폼이 극도로 올라와 다시 주전 자리를 내주었다.
그렇다면 그의 장점은 무엇일까? 그도 픽포드와 같이 반사 신경이 빠르고 안정적이기도 하며 심지어 판단력과 조율 능력도 수준급이다. 게다가 빌드업 부문에서도 점점 발전하고 있다.
다만 그가 이번 시즌에는 운이 안 좋은 것은 맞다고 할 수도 있다. 왜냐하면 드디어 주전 골키퍼 자리를 차지할 기회가 생겼고 유로 2020 잉글랜드 국가대표팀까지 승선했는데 부상 때문에 국가대표팀을 하차했고 심지어 시즌 개막 직전에 코로나 19에까지 감염되어 경기에 나서질 못했다. 게다가 이 틈을 타 기존의 주전 골키퍼인 데 헤아가 폼이 전성기 시절처럼 올라왔고 결국 그는 다시 맨유의 백업 골키퍼로 돌아왔다. 결국 그의 2021-22시즌은 시작부터 꼬였을 정도로 운이 안 좋았다.
그래도 다른 맨유 유스 출신 골키퍼들과는 다르게 자리를 잡았고 더군다나 아직 97년생으로 젊은 골키퍼다. 그래서 앞으로도 매우 기대되는 골키퍼이다.
아론 램즈데일
소속팀 : 아스날
마지막으로 소개할 선수는, ‘요즘 대세 골키퍼’ 아론 램즈데일이다. 나와 동갑인 그는셰필드 유나이티드 유스 출신으로 2016년에 1군에 등록되었지만 FA컵 2경기를 제외하고 단 한 번도 뛰지 못 한 채 본머스에 이적했다. 당시에는 아스미르 베고비치가 있어 하부 리그 구단들에 임대 이적을 하며 경험을 쌓았다.
그리고 복귀한 2019-20시즌, 주전 골키퍼인 베고비치가 부상을 당해 많은 경기들에 나섰는데 좋은 선방쇼들을 보여주었지만 팀은 아쉽게도 18위로 강등 당했다. 이후 셰필드 유나이티드가 헨더슨을 대체하기 위해 램즈데일을 영입했고 그렇게 2년 만에 친정팀으로 복귀했다. 그곳에서도 147선방(리그 1위)이나 하며 절정의 모습을 보여주었지만 팀은 이에 반비례하고도 곱하는 최악의 모습을 보여주어 결국 팀이 최하위로 강등당하는 것을 막지 못했다(램즈데일 입장에서는 두 시즌 연속 강등).
이후 그는 여러 협상 끝에 아스날에 이적료 2400만 파운드로 이적했다. 당시에는 아스날 팬들은 백업 골키퍼에 2400만 파운드, 그것도 두 시즌 연속으로 강등을 경험한 골키퍼를 영입하냐는 등의 불만스러운 반응이 나왔다. 그러나 이 이적부터 램즈데일의 ‘레전드 오브 아스날’의 이야기 시작이었다.
EFL컵 2라운드인 웨스트브로미치와의 경기에서 아스날 소속으로서 첫 선발로 나선 그는 좋은 활약으로 팀의 6-0 대승을 이끌었다. 그리고 이후 4라운드 노리치 시티전에서 깜짝 선발로 나선 그는 팀의 2021-22시즌 리그 첫 승을 이끌었고 그 경기를 시작으로 그는 계속 좋은 활약을 하며 그의 초반 팬들의 싸늘함을 환호로 바꾸었다.
특히 그는 레스터 시티전에서 빠른 반사 신경으로 제임스 메디슨의 프리킥을 선방했고 이는 승리로 이끌 뿐만 아니라 한 동안의 하이라이트감이 되었다. 그리고 그의 대활약은 계속 이어졌고 이는 오랜만에 아스날이 리그에서 4위로 챔피언스리그 진출권에 속하는데 큰 공헌을 했다.
그렇다면 그의 장점은 무엇일까? 그도 반사 신경이 매우 빠르고 심지어 조율 능력에 빌드업 능력까지 수준급이라는 점이다. 한 마디로 현대 축구에서 가장 적합한 골키퍼 중 한 명이라는 것이다.
다만 아쉬운 것은, 그가 이제야 세간의 주목을 받는다는 사실이다. 그도 그럴 것이, 그는 전부터 좋은 실력을 가감 없이 보여주었으나 언제나 팀이 최악의 모습을 보여주어 계속 강등을 당했다. 그런 사실 때문에 그는 2시즌 연속 강등팀의 골키퍼라는 오명까지 썼으며 이 때문에 아스날이 그를 영입했을 때 타 팀 팬들에게 아스날도 강등을 당하는 것이 아니냐는 조롱까지 받았다.
그래서 나는 그가 더 대단한 것이 그는 그런 비난에도 굴하지 않고 꾸준히, 아니 오히려 더 좋은 모습을 보여주었고 이는 지금 그를 ‘요즘 대세 골키퍼’로 만들었다. 게다가 최근 리즈팬들이 던진 돈을 수거해 환전했다는 소식까지 접했는데 이 점을 보면 정신적인 부분마저 최상급이라는 생각이 들어 앞으로도 장기적으로 성공할 골키퍼라는 생각까지 들어 더욱 기대를 하게 만들었다. 어쩌면 앞에 소개한 두 골키퍼보다도 더 성장, 아니 성공할 골키퍼라는 생각까지 든다.
지금까지 현 잉글랜드의 황금 골키퍼 라인을 소개했다. 이런 점을 본다면 이젠 잉글랜드도 옛날처럼 다른 나라의 골키퍼진을 부러워하는 게 아니라 그 반대가 되었다는 점이 놀랍다. 게다가 픽포드는 27세, 헨더슨은 24세, 램즈데일은 23세로 젊기까지 하다. 그래서 어쩌면 당분간은 잉글랜드가 골키퍼 부문에서 최상위권을 다툴 전망이다.
분명히 10년 전만 해도 조 하트를 제외하면 나처럼 축구를 자세하게 모르는 사람이 잉글랜드 골키퍼하면 모르는 게 당연했다. 하지만 이제는 조금만 축구를 보면 이제는 잉글랜드 골키퍼하면 이 세 선수가 바로 그들의 입에서 나올 수 있다. 게다가 이게 몇 년동안이나 이어질 수 있다. 그래서 잉글랜드 축구를 좋아하는, 골키퍼인 나로서는 이런 장면이 낯설어도 즐거운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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