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소개할 팀은, ‘아주리 군단’이라는 별명을 가진 유로 디펜딩 챔피언 이탈리아다. 그들은 유럽의 전통적인 강호라고 불린다. 그도 그럴 것이 월드컵 4회 우승으로 최다 우승 팀인 브라질에 이어 2위를 기록하고 있고 지난 유로 대회에서는 우승을 차지했다.
하지만 그렇게 찾은 명성을, 단 1년 만에 아니 반 년 만에 잃었다. 그도 그럴 것이 유로 대회에서 우승하고 A매치 37경기 연속 무패 기록이라는, 세계적인 기록을 세우며 승승장구했지만 월드컵 예선에서 스위스에 밀려 조 2위로 플레이오프 진출, 그곳에서 북마케도니아에 패하며 2대회 연속 월드컵 예선 탈락이라는 고배를 마셨다. 이후에도 피날리시마에서 아르헨티나에 0-3으로 대패, 예선에서는 지난 대회 결승에서 만난 잉글랜드에 더블을 당하는 등의 수모를 겪었다.
다행히 유로 대회에서는 다시 모습을 드러냈지만, 1년 만에 많은 명성을 잃어버린 그들이 이번 대회에서 얼마나 다시 찾는지가 관건일 것이다. 그래도 이 팀의 감독이 명장으로 불리는, 한때 김민재를 지도하기도 했던 루치아노 스팔레티라는 점에서 아주리 군단의 부활에 대한 기대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그는 이탈리아의 미드필더 출신으로, 많은 이탈리아 구단에서 경력을 보냈을 만큼 저니맨 성향이 있는 감독이다. 그러다 2005년 로마의 지휘봉을 잡으며 그의 명성이 시작되었는데, 그곳에서 코파 이탈리아 2차례를 우승한 것을 시작으로 러시아의 제니트 상트페테르부르크(이하 제니트)에서는 프리미어리그 2회, 러시안 컵 1회, 인터 밀란에서는 7년 만의 챔피언스리그 본선 진출을 이끄는 등 그의 역량을 제대로 보여주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2021년부터 부진을 거듭하던 나폴리를 맡아 첫 풀타임 시즌에는 다시 챔피언스리그 본선에 복귀시키더니, 그다음 시즌에는 인터 밀란, AC 밀란 등의 강호들을 제치고 33년 만에 세리에 A에서 우승을 시키며 그의 이름을 널리 알렸다. 그 공로를 인정받아 나폴리에 나온 후 로베르트 만치니의 이탈리아 대표팀의 지휘봉을 이어받았고 이번 대회에서도 그의 역량이 얼마나 보일지 기대되는 대목이다. 그렇다면 이번 대회에서 스팔레티호의 스쿼드는 어떻게 구축될까?
공격수
이번 대회에서 스팔레티의 선택을 받아 아주리 군단의 최전방을 맡을 공격수 자리를 두고는, 나폴리 소속의 자코모 라스파도리와 제노아 소속의 마테오 레테기다.
한때 김민재와 한솥밥을 먹었던 라스파도리는 뛰어난 위치 선정과 발기술을 장점으로 가지고 있다. 다만 그 골을 넣는 능력이 탁월한 선수는 아니지만 대표팀에서 중요한 순간마다 골을 넣어줬고 스팔레티와 나폴리에서 한솥밥을 먹었던 만큼 이번 대회에서는 주전 공격수로 낙점받을 것이다.
다만 레테기도 대표팀 소속으로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우수한 피지컬을 바탕으로 이루어지는 몸싸움과 공중볼 장악이 장점인 그는 원래 아르헨티나 태생으로 선수 커리어 시작을 아르헨티나에서 시작한 선수다. 그러나 티그레에서 12골을 기록하는 등 기량을 만개하며 최전방 공격수의 부재를 겪고 있던 이탈리아 대표팀의 관심을 받아 3월 23일 잉글랜드와의 경기에서 이탈리아 대표팀으로 데뷔했다. 그런데 데뷔전이었던 이 경기서부터 그는 바로 데뷔골을 기록하며 그의 등장을 알렸고 다음 경기인 몰타전에서도 득점을 기록하며 다시 한번 더 그의 존재를 알렸다. 그래서 이후 대표팀에서는 큰 모습을 못 드러냈지만 최근 A매치인 베네수엘라전에서 멀티골을 기록해 팀의 승리를 이끈 만큼 눈도장을 받아 그가 대회에서 주전으로 나설 가능성도 크다.
오른쪽 윙어 자리를 두고 아스톤 빌라 소속의 니콜로 자니올로와 사수올로 소속의 도메니코 베라르디가 경쟁할 것이다.
뛰어난 발기술과 피지컬이 장점이라고 할 수 있는 자니올로는 사실 십자인대 부상 이전에는 스피드까지 갖춘, 이탈리아의 대형 유망주였다. 그러나 그 부상 이후 생각보다 성장이 더뎠고 그를 키워준 AS 로마와의 불화 등으로 팬들의 비난을 받기도 했다. 그래도 이탈리아에서는 주축 윙어이기 때문에 이번 대회에서 충분히 경쟁할 만하다.
잠깐 유벤투스 소속이기도 했지만 재밌게도 프로 경기는 사수올로에서만 뛰어 사실상 사수올로의 원클럽맨이기도 한 베라르디는 날카롭고 강력한 왼발 킥과 중앙으로 파고드는 침투가 일품인 인버티드 윙어다. 국가대표팀에서도 27경기 8골을 기록할 만큼 준수한 활약을 하고 있고, 지난 유로 대회 당시에도 주전으로 활약한 만큼 자니올로보다 경쟁에서 앞선다고 말할 수 있다.
왼쪽 윙어로서 나설 선수는, 당연히 이탈리아와 유벤투스의 에이스인 페테리코 키에사가 될 것이다. 드리블, 양발을 가리지 않는 마무리, 심지어 투지까지 갖춰 현대 축구에서 가장 원하는 크랙형 윙어라고 불리는 이 선수는, 지난 유로 대회에서도 엄청난 활약으로 팀이 우승을 차지하는데 큰 공헌을 했던 만큼 이제는 이탈리아의 대표하는 에이스 윙어이다. 그래서 이번에도 그의 활약에 이탈리아의 성적이 걸린 만큼 주목을 크게 받는 이유이기도 하다.
미드필더
이번 대회에서 스팔레티는 확고한 주전 중앙 미드필더를 두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기용이 유력한 선수들은 있기 때문에 그 선수들을 소개하겠다.
메짤라로 기용될 선수들은 피오렌티나 소속의 자코모 보나벤투라, 인터 밀란 소속의 니콜로 바렐라와 다비데 프라테시다.
왕성한 활동량을 바탕으로 이루어지는 넓은 활동 범위와 센스 있는 패스가 강점인 그는 사실 소속팀들에서 좋은 활약을 펼칠 때에도 이탈리아의 주축 미드필더가 아니었다. 그러나 스팔레티 부임 이후 종종 기용되고 있을 정도로 신뢰를 받고 있어 이번 대회에서 좌측 메짤라로 나설 가능성이 있다.
지난 유로 대회의 우승 주역이기도 한 바렐라는 왕성한 활동량과 센스 있는 플레이로 소속팀과 이탈리아의 중원을 이끄는 선수다. 한 마디로 중원에서는 그가 없으면 안 된다고 표현할 수 있을 정도로 에이스이고 이번 시즌에도 주축으로 소속팀이 리그(세리에 A)에서 압도적인 1위 행진을 달리는데 큰 공헌을 할 정도이니 이번 대회에서도 그가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일일 것이다.
바렐라와 함께 인터 밀란의 중원을 구성하고 있는 프라테시는 정교한 킥과 왕성한 활동량이 무기인 선수다. 다만 수비적인 능력에서는 개선이 필요하나 소속팀인 인터 밀란이 리그에서 1위 행진을 하는데 공헌할 정도로 좋은 폼을 가지고 있고 처진 공격수로서의 활용도도 좋기 때문에 이번 대회에서 1순위는 메짤라, 2순위는 처진 공격수로 활약할 선수라고 말할 수 있다.
중앙에서도 중앙에 위치할 후보들은, 아스날 소속의 조르지뉴, AS 로마 소속의 브라얀 크리스탄테, 유벤투스 소속의 마누엘 로카텔리다.
한때 발롱도르 3위를 달성하며 많은 주목을 받았던 조르지뉴는 공수의 연결고리를 해주는 ‘키(Key)’ 역할을 해주는 선수다. 다만 탈압박과 피지컬 등의 단점이 명확해 전술적인 한계가 명확하지만 지난 유로의 우승 주역인 만큼 충분히 기용될 가능성이 있다.
로마 이적 당시 대충 합성해서 만든 옷피셜의 주인공으로도 유명한 크리스탄테는 지능적인 플레이와 왕성한 활동량이 장점이다. 게다가 미드필더 전 지역에 중앙 수비수까지 소화할 수 있어 여러모로 전술적인 장점이 큰 이 선수는 스팔레티에게 신뢰를 어느 정도 받고 있어 이번 대회에서 모습을 드러낼 확률이 있다.
지난 유로 대회에서 스위스전 멀티골 포함 대활약을 해 우승의 주역이기도 한 로카텔리는 투쟁적인 박투박 유형의 선수다. 그래서 정교한 플레이가 주무기인 메짤라들을 보좌할 수 있는 역할로도 적합해 이번 대회에서도 주요한, 전술적인 역할을 맡을 것이 유력하다.
수비수
왕년의 키엘리니-보누치 라인 등의 이탈리아 철벽 계보를 이을 선수들로서, 인터 밀란 소속의 알레산드로 바스토니와 AS 로마 소속의 잔루카 만치니가 대회에서 서로 파트너를 이루어 나설 것이다.
날카로운 왼발 킥 능력을 가지고 있는 바스토니는 사실 수비력이 부족한 선수다. 그래도 점차 커리어를 쌓아가며 수비 능력이 발전하고 있지만 생각보다는 수비 능력이 부족한데, 전술적으로는 왼발잡이 수비수라는 점에서 왼쪽 중앙 수비수 자리에 기용될 확률이 있다. 소속팀에서 좋은 폼을 보이는 것도 기용될 확률을 업그레이드하기도 한다.
지난 유로 대회의 우승을 이끈 (로베르토) 만치니 감독과 성이 같은 (잔루카) 만치니는 강력한 공중볼 장악과 일대일 대인 수비가 장점인, 향후 10년간 이탈리아의 철벽을 이룰 선수다. 다만 스피드가 느리지만 득점을 할 수 있는 능력도 가진 만큼 마테라치, 키엘리니, 보누치의 뒤를 이을 기대를 받는 수비수이기도 한데, 이번 대회부터 제대로 선발로 나설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두 선수가 주력 부족으로 인해 쓰리백으로 나설 가능성도 있다. 그래서 쓰리백에서 두 선수와 파트너를 이룰 선수로 아탈란타의 최대 유망주인 조르조 스칼비니와 유벤투스의 라이징 스타 페데리코 가티가 그 후보라고 할 수 있다.
이탈리아의 초대형 수비 유망주라고 평가를 받는 스칼비니는 축구 지능과 이에 나오는 태클 등의 수비 능력이 강점이다. 다만 아직까지 경험이 부족해 미숙한 플레이를 어린 나이부터 아탈란타 1군에 벌써 자리를 잡을 만큼 대단한 활약을 하고 있어 이번 대회에서 바스토니-만치니와 짝을 이루며 데뷔를 할 가능성이 있다. 어쩌면 이번 대회 라이징 스타 예약일 수도?
이탈리아판 신데렐라 스토리(벽돌공부터 시작해 유벤투스 입단)의 주인공으로 유명한 가티는 피지컬을 바탕으로 이루어지는 몸싸움과 공중볼 장악이 그의 큰 무기다. 게다가 중요한 순간마다 쏠쏠하게 득점을 올리는 만큼 득점에도 일가견이 있는데 유벤투스에서 팀이 오랜만에 상위권에 있는데 공헌을 할 정도로 활약하는 만큼 이번 대회에서 모습을 드러낼 가능성이 크다.
오른쪽 측면 수비수로서 김민재와 함께 나폴리의 우승을 이끈 주역인 지오바니 디 로렌초가 나설 것이 유력하다. 공수 균형이 좋으며 강력한 오른발을 보유하고 있는 디 로렌초는 기복도 없는 선수다. 그래서 이번 대회에서 부상이 없는 한 그가 선발로 나설 것이 유력할 것이다.
왼쪽 측면 수비수로서, 인터 밀란의 리그 1위를 이끌고 있고 일본 오사카 간사이 공항에서 나에게 사인을 해주고 사진을 찍어준 페데리코 디마르코가 나설 것이다. 왕성한 활동량과 날카로운 왼발을 바탕으로 이루어지는 공격적인 플레이가 장점인 그는 지난 시즌에는 챔피언스리그 결승행, 이번 시즌에는 리그 1위 행진에 큰 공헌을 할 정도로 좋은 폼을 보여주고 있다. 그래서 이탈리아 대표팀에서도 주전 자리를 확고히 만든 만큼 이번 대회에서 선발로 나설 것이 유력하다. 그러게 나에게 사인을 해주고 사진을 찍어주면 복이 스스로 찾아옵니다.
골키퍼
아주리 군단의 최후방을 지킬 수문장 역할을 할 선수는, 오래 본 것 같은데 아직도 만 25세인 잔루이지 돈나룸마다. 이강인과 같은 파리 생제르맹 소속으로 이탈리아의 전설적인 골키퍼인 잔루이지 부폰의 후계자로, 이름도 같아서 화제를 불러일으킨 이 선수는 무시무시한 반응속도를 바탕으로 이루어지는 선방 능력과 나이에 맞지 않는 안정감이 장점이다. 무려 만 16세의 나이에 크리스티안 아비아티, 디에고 로페즈 등의 쟁쟁한 경쟁자들을 밀어내고 데뷔해 주전 자리를 차지해 지금까지 무시무시한 폼을 보여주어 골키퍼의 ‘메날두’로 불리는 그는 부폰이 대표팀에서 은퇴한 이후 지금까지 주전 자리를 차지해 지난 유로 대회 우승까지 이끌고 심지어 대회 MVP까지 수상했다.
다만 아직도 발밑이 미숙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오랜 기간 동안 이탈리아 대표팀의 골문을 맡고 무시무시한 실력을 보유한 만큼 이번 대회에서 주전 골키퍼 자리를 차지하는데 큰 이견이 없을 것이다.
다만 돈나룸마에 가려져 주전 자리를 차지하는데 어려움이 있지만, 후보로서는 있기 아깝고, 심지어 깜짝으로 주전 골키퍼 자리를 차지할 가능성이 있는 이 선수도 언급하겠다. 바로 손흥민과 한솥밥을 먹고 있는, 토트넘 핫스퍼 소속의 굴리엘모 비카리오다. 돈나룸마와 함께 무시무시한 반응속도로 이루어지는 선방이 장점인 그는 돈나룸마와 다르게 신인 시절부터 주목을 받지는 못했지만 차근차근 커리어를 쌓으며 올라왔다. 그러다 지난 시즌에 전 소속팀인 엠폴리에서 무시무시한 활약으로 빅클럽들의 레이더망에 걸렸고 결국 휴고 요리스의 후계자로 낙점받아 토트넘에 입성했고, 오자마자 주전 자리를 차지하며 무시무시한 활약으로 팀을 챔피언스리그 진출 순위권에 이끄는 것은 물론 2024년 런던 풋볼 어워즈 올해의 골키퍼 상을 수상했다.
게다가 발밑도 준수하고 현재 토트넘에서 스위퍼형 골키퍼 역할을 잘 수행하는 만큼 어쩌면 발밑이 안 좋은 돈나룸마를 대회에서 깜짝 대체할 가능성도 있다고 언급할 수 있다. 이탈리아의 골키퍼 샘물은 마르지 않는 것이 신기하다.
이번 대회에서 유력한 포메이션은 4-3-3이다. 그도 그럴 것이 스팔레티가 부임한 이후 유로 예선에서 줄곧 사용한 포메이션이기 때문이다. 다만 중앙 수비수들의 스피드가 안 좋고 이탈리아의 전통적인 전술인 ‘카테나치오(Catenaccio 빗장수비)’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쓰리백으로 나서 그들의 주요 전술을 소화할 가능성도 염두에 있다. 게다가 이번 3월 A매치 2연전에서는 쓰리백으로 나선 만큼 어쩌면 쓰리백으로 나설 확률이 반반이라고 할 수 있다고 말할 수 있다.
디펜딩 챔피언이지만 애석하게도 이번 대회에서는 우승을 차지하기 힘들 것이다. 첫 번째로, 우승 당시의 멤버들이 세대교체 및 노쇠화 등의 이유로 다수 교체되었던 만큼 유로 대회를 경험한 선수들이 적다. 두 번째로, 최전방 공격수의 주전으로 예상되는 라스파도리와 레테기가 아직까지는 폭발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스팔레티가 감독직을 수행한지 1년도 채 안 된 만큼 팀을 수습할 시간도 부족했으며 이번 유로 예선에서는 간신히 올라왔다고 생각할 정도로 어느 정도 부진했다. 그래서 이번 대회에서는 표면적으로 ‘우승 후보’이지만 우승까지는 힘들다고 할 수 있겠다. 물론 지난 대회도 우승까지는 힘들 것이라고 예상했음에도 우승했지만 당시에는 이탈리아의 분위기가 좋았고, 긍정적인 성적을 낼 것이라는 생각 자체는 같았다. 하지만 이번 대회에서는 그와 정반대의, 좋지 못한 분위기를 내고 있다. 따라서, 이번 대회에서는 이탈리아의 우승이 힘들 것이다.
아니, 어쩌면 조별예선에서도 위험하다. 사실 이탈리아의 전력이 문제가 아니라 같은 조에 무적함대라 불리는 스페인, 2022 FIFA 월드컵 3위를 기록한 크로아티아 등 쟁쟁한 팀들이 즐비하다. 그래서 어쩌면 이들에게 밀려 최악의 경우에는 조별예선 탈락이라는 수모를 겪을 가능성도 있다. 여러모로 ‘디펜딩 챔피언’ 이탈리아에 설상가상(雪上加霜)의, 최악적인 상황에 놓인 대회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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