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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에딘 테르지치-12년 전 관중석에서 도르트문트를 응원했던 팬이 이끈 챔피언스리그 결승-그리고 그를 응원하는 한 팬(SJ의 절머니 푸스발)

by 황선재유나이티드 2024. 5.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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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르지치 감독님과 함께 찍은 사진

에딘 테르지치(Edin Terzic). 12년 전에 관중석에서 보루시아 도르트문트를 응원했던 한 팬. 지금은 11년 만에 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 이끈 보루시아 도르트문트의 감독. 지금부터 그에 대해 소개하려고 한다.

 

1982년 서독 시절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에 태어나며, 벌써부터 도르트문트와의 인연을 시작한 그는 선수 시절 내내 처진 공격수로 활약했다. 그러나 선수 시절의 활약도는 미미했고, 결국 2010년 BV 클로펜부르크에서 28세의 나이에 은퇴했다.

 

이후 그는 은퇴함과 동시에 당시 감독이었던 위르겐 클롭 하에 도르트문트 유소년 팀의 감독과 스카우터를 겸직하며 꿀벌 군단과의 인연을 시작한다. 그렇게 감독직과 스태프직을 동시에 시작한 그는 2012년에는 크로아티아 대표팀 전력분석관, 베식타스(2013~2015)와 웨스트햄(2015~2017)에서 수석코치를 하며 다방면의 경험을 쌓았고 2018년에 도르트문트의 수석코치가 되어 뤼시앵 파브르를 보좌하며 다시 도르트문트에 복귀했다.

사진 출처-보루시아 도르트문트 공식 홈페이지

그렇게 본격적으로 꿀벌 군단과의 동행이 시작한 그. 당시 파브르 감독이 바이에른 뮌헨과 시즌 막판까지 우승 경쟁을 하는 센세이션을 일으키는데 공헌을 세우고 2019~20시즌에는 2군 팀 감독대행까지 맡으며 도르트문트 그 자체의 사람이 되어가고 있었다. 그러다 대망의 2020-21시즌, 파브르 감독이 슈투트가르트전에서 1-5 대패를 당해 리그 5위로 가라앉자 경질되고 테르지치가 남은 시즌 동안 대행으로서 감독직을 수행하며 드디어 도르트문트의 Head Coach, 감독이 되기에까지 이르렀다.

 

아마 대부분의 팬들은 그가 1군 감독을 맡는 것은 처음이기 때문에 대행으로서 위기만 어느정도 극복하고 버텨주기만 해도 괜찮을 것이라는 생각이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이때부터 능력을 어김없이 보여주었는데, 일단 부진하던 에이스 윙어인 제이든 산초와 면담을 하며 다시 폼을 찾는 데 도움을 주었고 초반 팀의 부진을 딛고 리그 3위 기록 및 UEFA 챔피언스리그 8강을 이룩하며 기대 이상의 활약을 했다.

 

그리고 화룡점정으로, DFB-포칼컵에서 명장 율리안 나겔스만이 이끄는 RB 라이프치히를 4-1로 대파하고 기어이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9년 전, 관중석에서 도르트문트를 응원했던 한 팬이 이제는 감독으로 직접 우승이라는 시나리오. 시뮬레이션 게임에서나 있을 법한 이야기가 실제로 일어나며, 대행이었던 그의 낭만 서사는 ‘해피 엔딩’이라는 결말을 맺는 듯했다.

사진 출처-보루시아 도르트문트 공식 홈페이지

이후 마르코 로제 감독이 부임하며 2021-22시즌에는 테크니컬 디렉터로 복귀하며 다시 스태프의 역할을 맡으며 지내는 듯했다. 하지만, 생각보다 로제 감독이 신통치 않은 모습을 보이며 경질되었다. 그렇게 로제 감독의 빈자리를, 지난 시즌에 포칼컵을 들어 올린 영웅 테르지치가 2022-23시즌부터 정식 감독으로 내정되며, 그의 도르트문트 감독 스토리가 2탄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포칼컵을 들어 올렸음에도 감독 경력이 전무했기 때문에, 이번 이야기에서도 팬들의 기대감은 크지 않았다. 게다가 시즌이 시작하기 전에 팀의 주포였던 엘링 홀란드와 주축 수비수인 마누엘 아칸지 맨체스터 시티(이하 맨시티)에, 중원을 담당하던 악셀 비첼이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에 이적했고 홀란드의 대체자로 영입된 세바스티앙 알레에게 종양이 발견되며 전반기 결장이 확정되어 생각보다 위기를 맞게 된다. 그래서인지 어쩌면 누군가는 ‘도르트문트의 암흑기가 도래했음’이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테르지치는 아니었다. 아니, 사실 리그 초반에는 그들의 예상대로 흘러갔다. 라운드마다 기복을 보여주며 전반기가 종료되는 15라운드(2022 FIFA 월드컵 이슈)까지 6위에 그치며 암흑기가 도래될 것이라는 그 모습이 그대로 보였다. 하지만, 어느 드라마나 영화 서사에나 있을 법한 반전이 시작된다.

 

후반기가 시작하자마자 아우크스부르크를 잡는 것을 시작으로 8경기 연승, 10경기 무패 행진을 보여주며 25라운드에는 기어코 1강의 바이에른 뮌헨을 따돌리고 1위에 안착하는데 성공했다. 비록 26라운드에서 우승 경쟁팀이었던 바이에른 뮌헨에게 2-4로 패해 다시 2위로 내려앉았지만 이후 33라운드까지 무패를 기록하며 기어코 다시 리그 1위를 찾는데 성공, 여기서 마인츠와의 경기에서만 승리하면 바이에른 뮌헨의 독주를 무너뜨리고 11년 만의 ‘마이스터 샬레(리그 우승컵)’를 찾는데 성공하는 것이었다. 게다가 마지막 경기는 지그날 이두나 파크, 즉 그들의 홈에서 열린 데다 마인츠는 강등도, 유럽 대항전 진출도 모두 관련이 없어진 만큼 도르트문트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잔혹한 마무리였다... 이재성의 도움 활약으로 마인츠가 2-1로 리드하는 상황이 벌어졌고, 기어코 바이에른 뮌헨이 쾰른 원정에서 막판에 자말 무시알라의 역전골이 나오며 순위가 다시 역전되었다. 이후 뮌헨은 리드를 지키며 승리하는데 성공했고, 도르트문트는 마지막에 니클라스 쥘레의 동점골이 나왔지만 승점을 뒤집지 못하며 결국 리그를 가져오는데 실패했다. 그렇게... 2022-23시즌은 뜨거운 서사를 보여주었지만 반전의 모습을 보여주며 눈물겨운 마무리를 했다.

 

그렇게 준비한 다음 시즌인 테르지치의 2023-24시즌. 이적 시장부터 냉혹했다. 팀의 중원 에이스였던 주드 벨링엄과 측면 수비를 책임졌던 하파엘 게레히루가 각각 레알 마드리드와 바이에른 뮌헨에 이적한 것이었다. 비록 펠릭스 은메차, 마르첼 자비처, 니클라스 퓔크루라는 준척급 선수들을 영입했지만 역시 벨링엄과 게레히루를 내보낸 것이 문제였을까? 리그에서는 삐걱거렸다. 그도 그럴 것이 시즌 내내 그들의 작년 퍼포먼스를 보여주지 못하고 4위와 5위를 번갈아 위치한 끝에 결국 뒤집지 못하고 5위로 아쉬운 마무리를 했다.

 

하지만, 그들의 드라마 서사는 리그가 무대가 아니었다. 챔피언스리그에서, 파리 생제르맹, AC 밀란, 뉴캐슬 유나이티드와 한 조를 이루며 이른바 ‘죽음의 조’를 형성한 그들이 다음 라운드에 진출하기 어려워 보였다. 그런데, 테르지치의 그들은 해냈다.

 

비록 조별예선 1, 2라운드에는 파리에 0-2로 패하고 AC 밀란에 0-0으로 무승부를 하며 반전이 없어 보였지만, 이후 내리 3연승을 했고 마지막 라운드에서 파리와 1-1 무승부를 하며 기어코 조 1위로 16강 진출에 성공했다. 그렇게 진출한 16강, 이때부터 본격적인 드라마가 시작되었다.

 

PSV를 만나 1차전에서 1-1 무승부를 기록해 많은 이들의 불안감을 샀지만, 기어코 2차전에서 2-0으로 승리하며 가뿐히 8강에 진출했다. 하지만 상대는, 스페인의 명문팀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였고, 예상대로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홈에서 1-2로 패하며 반전은 없어 보였다. 하지만 2차전에서, 지그날 이두나 파크라는 무대에서 4-2라는 대승을 거두며 기어코 뒤집어 4강에 안착했다.

 

그렇게 올라간 4강의 상대는, 조별예선에서도 만난 프랑스의 메가 클럽 파리 생제르맹. 당연히 대부분 팬들은 파리의 승리 및 결승행을 점쳤고, 심지어 도르트문트 팬들도 그렇게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테르지치라는 드라마 작가는, 서사를 그렇게 쓰지 않았다.

 

오히려 1차전에서 1-0으로 승리하며 승기를 먼저 잡았고, 2차전에서 파리가 뒤집을 수 있다는 예상도 뒤집으며 기어코 파리의 홈인 파르크 데 프랑에서도 1-0으로 승리하며 기어코 11년 만의 결승 무대에 안착했다. 그렇게, 클롭 감독을 보좌하며 11년 전에도 그들의 결승 무대를 지켜본 그가, 이번에는 직접 그들을 이끌고 결승 무대 진출이라는 시나리오를 썼다.

 

도르트문트의 주인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에서 태어나 선수를 은퇴한 이후 도르트문트와 줄곧 인연을 이어왔던, 보루센의 한 팬. 그 팬이 직접 감독직을 맡아 반전의 반전을 보여주며 기어코 ‘챔피언스리그 결승’이라는 시나리오를 작성했다는, 축구 시뮬레이션 게임에서나 볼 법한 이야기. 하지만, 아직 그 드라마는 챔피언스리그 결승이 끝나지 않은 만큼 완결되지 않았다. 그래서,

사진 출처-보루시아 도르트문트 공식 홈페이지

‘한 팬이 이룩 시킨 도르트문트의 챔피언스리그, 어쩌면 이것도 우리가 축구를 보는 재미 중 하나가 아닐까?’

 

그리고 그 팬을 응원하는 한 팬으로서, 이번 대회든 언제든 응원하겠노라고 한 마디를 남기며 칼럼을 마무리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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