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슈퍼 리그 7연패, 2013시즌과 2015시즌에 AFC 챔피언스리그 우승. 그야말로 2010년대는 광저우 FC(전 광저우 헝다)의 전성기였다.
게다가 그래서인지 당시 내가 아는 광저우 FC는 어쩌면 전 아시아의 경계 대상 1호였다. 한 마디로 광저우 FC는 무시무시한 구단이었다.
그런 광저우 FC의 행보가 2020년대부터 심상치 않다. 지금부터 광저우 FC가 어떤 방식으로 심상치 않은지 한 번 보자.
2010년대, 광저우 헝다
2010시즌, 광저우 헝다는 헝다 그룹에게 인수되면서 이렇게 역사가 시작한다. 당시 2부 리그 소속이었던 광저우 헝다는 베이징 궈안에서 경질된 이장수 감독을 선임하고 중국 국가대표팀 주축 공격수였던 가오 린과 셀틱에서 뛴 정 즈를 영입하는 등 전력 보강을 열심히 했고 결과는 2부 리그 우승 및 1부 리그 승격이었다.
그리고 그렇게 1부 리그에 올라온 광저우 헝다는 중국 국가대표팀의 출신인 펑 샤오팅과 장 린펑, 대한민국 국가대표팀 출신인 조원희, 그리고 시즌 중간에는 유럽 진출까지 예상되었던 다리오 콘카까지 영입하며 1부 리그마저 우승을 차지했다. 이후 행보는 더했다.
2012시즌에는 시즌 중에 대한민국 국가대표팀 핵심 수비수인 김영권, 파라과이와 도르트문트의 핵심 선수였던 루카스 바리오스 그리고 중국 국가대표팀 핵심 선수인 황보원까지 영입하며 스쿼드를 구축했고 2013시즌에는 이탈리아 축구 국가대표팀에게 2006 FIFA 월드컵 우승을 안긴 마르첼로 리피 감독 선임, 그리고 최강 공격진의 마지막 퍼즐인 아이 커선(전 에우케종)에 중국 국가대표팀 출신 골키퍼인 정 청까지 영입하며 아시아 막강 스쿼드를 구축했고 이는 2013 AFC 챔피언스리그 우승에까지 이르렀다.
하지만 광저우 헝다는 이에 그치지 않고 2014시즌에는 이탈리아 국가대표팀 주축이었던 알레산드로 디아만티와 알베르토 질라르디노, 2015시즌에는 브라질 국가대표팀 주축이었던 파울리뉴와 호비뉴에 파괴적인 공격수인 히카르도 굴라르와 2014-15시즌 UEFA 유로파리그 득점왕을 차지한 아 란(전 알란)까지 영입하는 등 파격적인 행보를 보인다. 그리고 이는 또 다시 광저우 헝다에게 AFC 챔피언스리그 우승이라는 영광까지 안겼다.
그러나 이후 2019시즌까지 AFC 챔피언스리그 우승과는 거리가 멀었고 2018시즌에는 상하이 SIPG에 우승까지 내주며 조금 삐끗했다. 그래도 리그 우승은 꾸준히 했고 안데르손 탈리스카, 네마냐 구데이, 박지수, 타이스 브라우닝(현 장 광타이) 등 수준급의 선수들을 영입하는 등 이적시장에서의 행보도 괜찮았다.
2020년대, 광저우 FC
그렇게 접어든 2020년대. 분명히 광저우 FC에게는 계속 좋은 행보가 이어질 줄 알았다. 그도 그럴 것이 기존의 수준급 선수들이었던 아이 커선(전 에우케종), 아 란(전 알란), 장 광타이(전 타이스 브라우닝) 등을 중국 국가대표팀에 귀화시켜 자국 선수로 간주해 외국인 선수 엔트리 제한에서 제외되었고 파울리뉴와 안데르손 탈리스카 등 최상급의 선수들도 있었다.
그러나 2020시즌에는 파울리뉴의 부상 등이 겁치며 주축 선수가 빠지자 결국 리그 플레이오프 준우승, AFC 챔피언스리그 조별 예선 탈락 등을 당하며 2011시즌에 1부리그에 승격한 이후 처음으로 무관에 그쳤다. 하지만 광저우 FC의 악몽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2021시즌 초반에 브라질에서 코로나 19가 심해지자 중국 정부에서 브라질발 외국인들은 입국을 금지시켰고 이에 브라질에 돌아간 파울리뉴와 탈리스카 등 주축 선수들이 입국을 하지 못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그 부분이 영향이 컸는지 시즌 개막전에는 광저우 시티(전 광저우 R&F)를 상대로 2-2 무승부를 기록하더니 산둥 타이샨(전 산둥 루넝)에게는 1-0 패배를 당하는 등 개막 초반부터 안 좋은 행보를 보였다. 그러다 결국 파울리뉴와 탈리스카는 계약 해지를 했다.
차라리 거기서 끝났음 좋았을 것이다. 이후 코로나 19로 인해 부동산 수요가 줄어들고 정부에서 부동산 기업의 대출을 규제하면서 부동산 기업이자 모기업인 헝다 그룹의 파산 위기가 초래되어 임금 체불 문제가 도래되자 아이 커선, 아 란, 루오구오푸(전 알로이시오) 등 주요 귀화 선수들과 계약을 해지했고 심지어 감독인 파비오 칸나바로와도 결별했다.
그렇게 시작한 중국 슈퍼 리그 상위 플레이오프. 그런데 여러 주축 선수들과 계약을 해지한 광저우 FC에겐 더 이상 외국 국적의 선수들이 단 한 명도 남아있지 않았다.
게다가 상위 플레이오프 개막전인 베이징 궈안과의 경기에서 선발 라인업을 보면 전원 순수 중국인 선수들로 구성될 만큼 스쿼드 부문에서 굉장히 심각함을 느낄 수 있었다. 결국 이 경기는 1-0으로 패배했다.
다행히 이후에는 1승 2무를 기록해 상위 플레이오프 2위를 기록하고 있지만 1위인 산둥 타이샨과 승점 10점 차이로 벌어진 만큼 우승이 매우 힘들어 보인다.
분명히 세 번째 숫자가 1에서 2로 바뀌었을 뿐이다. 그런데 이 바뀐 숫자 하나로 구단 하나의 느낌이 매우 다르게 보인다.
2010년대의 광저우 FC, 아니 당시 구단 이름이었던 광저우 헝다하면 아시아의 유벤투스라고 생각될 정도로 굉장히 스쿼드가 두텁고 성적도 잘 냈던 무시무시한 구단이었다면 2020년대의 광저우 FC라고 하면 이제는 이빨 빠진 호랑이 그 이상으로 더 약해 보이는 이미지가 형성되었다. 물론 광저우 FC에게도 단순히 운영 부실이라고 하기엔 억울한 부분이 있다.
모기업인 헝다 그룹이 코로나 19와 정부 정책 때문에 파산 위기에 몰렸고 이에 스쿼드를 감축해야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쨌든 2010년대에 비해서는 굉장히 약한 스쿼드를 보유하고 있는 광저우 FC이다.
게다가 앞에서 언급했듯이 재정난을 겪고 있는 상황이라 아마 다음 시즌부터는 더 심각한 행보를 보일 가능성이 크며 당분간 이러한 모습이 지속될 것이다. 그래서 2010년대를 호령한 중국의 호랑이 구단 광저우 FC가 어쩌면 내 입장에서는 굉장히 안타까운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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